운문(짦은글)시.시조.동시 86

50대를 떠나 보내며

50대 를 떠나 보내며 초당/김용자 지나간 일들이 모두 허망하고 체념하고 싶은 충동에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고 싶은 50대 예쁜 토기 커피잔에 모락모락 김 오르는 커피를 마시며 혼자임을 자유스러워했던 시간도 이제 누군가 옆에 있으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나이 세상을 빈마음으로 바라보면 아름답고 원망과 미움으로 바라보면 마음이 혼탁해진다는 것도 깨달은 나이 한 번쯤은 진한 사랑으로 대책 없이 불을 지펴 보고싶은 나이 이기도한 오십 대 하지만 오십대여! 떨어져라 잔인하게 흔들어 대는 오십대 나뭇가지에 매달려 애원 하느니 오십 대를 자유롭개 보내주련다 Olivia Newton John - Blue Eyes Crying In The

행복한 아침

행복한 아침 초당/김용자 가뭄이 데리고 온 아침은 잠깐의 이슬로 뽀송한 초록의 정원을 남기고 떠났다 눈을뜨면 마당으로 나선다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 초목과 푸른 고추 나무들 에게 밤새 건재해 나도 살아 있음을 확인시킨다 단아한 접시꽃이 내게 키스를 원한다 까치의 수다도 시끄럽다 그래도 들어 주고싶다 인기척을 느낀 들쥐의 눈망울과 마주 첬지만 오늘은 그냥 보내준다 그도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테니... 진정 살아 있습이 이렇게 행복 했던걸 깨닫기 까지 시간이 참 오래 걸린듯 하다

나를 품었던 도고 산

나를 품었던 도고 산 초당/ 김용자 좌청용 우백호의 풍채 좋은 도고산 밑으로 옹기종기 모여 살던 김 씨의 집성촌 내 어린 시절 수채화 같은 그림으로 그려지는 곳 언덕 위에 작은 교회당 먹물 향기 풍기던 서당 담장 높았던 진사 댁 솟을대문 선비의 기개가 숨 쉬는 작은 정자 정문 거리 효자비 홍살문 도고산의 산신당 마을 사람 모두가 대가족이었던 촌수가 복잡했던 곳 조카님. 대모님.대부님 아주머니 아저씨 오라버니 올케 가난했지만 효의 사상이 뚜렷하고 위계질서가 살아 있던 곳 해진 옷을 입고 살았어도 어른과 애들이 행복하게 살았던 곳 지금 풍유를 누리고 살아도 누더기 옷을 입고 살았던 그 별나라에 자꾸 가고 싶다 나를 품었던 도고산 그곳이 그립다

기억 속의 울 아버지

기억 속의 울 아버지 초당/김용자 어둑. 어둑. 땅거미가 논두렁에 내려 않을 때 힌 두루마기 자락 바람 일구며 흰 고무신 저벅. 저벅. 빠른 몸짓으로 아버지가 오신다 창호지 몇 장으로 간신히 바람만 막은 꺼질 듯 움츠려 드는 내 등불을 향해 어둠이 막아 서지만 발자국 소리 모습이 울 아버지 인걸 아버지도 어느새 나를 부른다. 언년아! 추운데

첫사랑

첫사랑 초당/ 김용자 콩콩 뛰던 내 마음 네가 지나는 길목을 지키고 서 있었지. 생각에 네가 오고 있었지만 오지 않던 너 하루는 황혼에 물린 어둠으로 사라지는데 너에 모습 볼 수 없으니 가늠할수 없었던 그리움 너의 향기 너에 미소 솔바람이 훔쳐가면 또다시 너를 향햔 허기 너 없는 세상은 암흑인 것처럼 첫사랑 너는 내마음 한 모퉁이에 그리움으로 남아 오늘도 날 마중 하는구나 페이지(PAGE) - 벙어리 바이올린

어린 날의 일기

어린 날의 일기 초당/김용자 마을 앞 작은 냇가 별이 쏟아지고 은하수 오작교가 선명했던 밤 횃불을 들고 가재를 잡는다 누가 약속한 것도 아닌데 목소리를 낮추고 가재가 놀랠까 무언의 눈빛으로 속삭이며 작은 바위돌을 들추면 쏜살 같이 달아 나는 놈 우리의 작은 손이 가재를 앞선다 중고기도 잡아 보지만 손가락 사이를 미끄러지듯 빠저 나간다 자다 깬 고등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면 꾸러기들 손이 그냥 보내지 못한다 빈 깡통이 제법 묶은 해저 갈 무렵 어디서 왔는지 물방개 한 마리가 튀여 나와 동료 들에게 위험 신호를 보낸다 개구리까지 튀여 나와 힘을 합한다 그때 우리를 놀라게 한 물뱀 한 마리 이끼 낀 바위에 미끄러지고 자빠지고 조용했던 개울가가 난장판이 됐다 버려진 깡통 속 우리의 보물들이 어디로 갔는지 빈 깡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