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짦은글)시.시조.동시 86

만학도

만학도 초당/ 김용자 소싯적엔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땅만 보고 걸었다면 황혼이 된 지금 나는 하늘을 보고 당당히 걷는다 사람은 보이는 만큼 세상을 보고 산다고 한다 만학도가 되면서 나는 세상 보는 눈이 달라졌다 약봉지 늘어가는 주제에 무슨 부질없는 짓이냐 누군가는 말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병고에 시달리다 없어지는 것 아프다고 가만히 앉아 몸과 마음을 고사시키고 싶지는 않다 녹슬어 버린 내 영혼에 공부의 향기를 불어넣어 향기 나는 사람으로 살다 가고 싶다

황혼 길 친구

황혼 길 친구 초당/ 김용자 굴러가는 가랑잎만 보아도 속 없이 까르르 웃던 어릴 적 친구가 추억 속에 산 다면 내 황혼길에 산전수전으로 인생 곱게 다듬고 아름다운 노을처럼 곱게 익은 친구를 만났다 내 안색 만으로 건강을 살펴 주는 잘 익은 예쁜 낙엽 같은 내 친구 내 황혼 길 에 이런보석 같은 친구를 만난것은 내 인생에 마지막 복권이다 우리가 가는 길 끝까지 같이 갈 수는 없겠지만 몸으로 만날수 없으면 수화기 넘어 친구에 목소리가 들릴때까지 내 친구이길. 노사연 - 만남

(歲月) 의 줄

(歲月) 의 줄 초당 /김용자 세월의 줄에 매달려 위태로운 세상을 본다 밀치며 당기며 그곳에 떨어지지 앉으려 온 힘을 다해 버둥거려 보지만 칼바람 같이 매정한 세월은 사랑도 인정도 배려도 없이 기름을 바른 듯 미끄러져 간다 앙탈을 부려 봐야 낙하 (落下) 욕심의 짐 미리 내리고 세월의 줄이 종착역에 꽃잎 떨구 듯 내려 놓으면 나 꽃잎처럼 날아가리 =

어머님의 뒷모습

어머님의 뒷모습 초당/김용자 저 멀리 오솔길 따라 하얀 모시 치마 저고리 옷고름 날리시며 곱게 빗어 틀어 올린 낭자 머리 옥비녀 꽂으시고 사뿐사뿐 걸어가시던 어머니의 뒷모습 물끄러미 어머니를 바라보시던 아버님 너네 엄마 모습이 참 곱구나 너네 엄마는 분칠이 필요 없었던 사람이지 달빛에 있으면 달보다 더 고운 사람이었지 -

내가 사랑한 단양

도담 삼봉 사인암 내가 사랑한 단양 초당 /김용자 저마다 고향이 아름답다 하지만 내 삶이 젖어 있는 단양을 펼쳐 본다 사람의 눈높이에 맞추듯 잔잔이 내려 않은 철쭉의 향을 머금은 소백의 능선 탐을 내지만 누구도 가저 갈 수 없는 신에게 물려받은 거대한 유산 단양팔경 산허리를 휘감고 흐르는 민초들의 젖줄 남한강 강변에 뒹구는 몽돌 하나도 이름 없이 핀 들꽃 까지 단양의 밑그림이 되어 빛이 되고 도도한 삼봉의 정신은 단양의 민심에 스며들어 더불어 사는 지혜와 곧은 선비의 기개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