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년아 술 "한잔하자" 초당/김용자 언년아, 이리 와라 “한잔 하자”아버지가아궁이 앞에서 부르신다 아버지와 나의 술상은늘 조촐했다옷칠 벗겨진작은 상 하나아궁이 앞에 놓이면그게 부녀의 술상이었다 눈 펑펑 오는 날 내. 새 덪에 걸린 참새 한 마리아궁이 석쇠 위에안주가 되어 주었고 오일장이 선 날엔흰 두루마기 자락바람 일구시며 지팡이에매달려온 오징어 한 마리어머니 양념 곱게 바르고 불길 속에서 몸부림치다안주가 되었다 마음 좋으셨던 아버지뭐든 “그래 그래” 하시던 어머니광 속엔 술이 마르지 않았다 제사 있는 날이면아버지와 함께 절을 올리고음복주라 핑계 대며아버지가 따라 주신 술넙죽넙죽 받아 마셨다 딸만 다섯인 집나는 보이시하게짧은 머리에 남장을 즐겼다아버지의 아들이 되고 싶었다 딸그만이 집에 양자로 오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