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날의 일기
초당/김용자
마을 앞 작은 냇가 별이 쏟아지고
은하수 오작교가 선명했던 밤
횃불을 들고 가재를 잡는다
누가 약속한 것도 아닌데 목소리를 낮추고
가재가 놀랠까 무언의 눈빛으로 속삭이며
작은 바위돌을 들추면 쏜살 같이 달아 나는 놈
우리의 작은 손이 가재를 앞선다
중고기도 잡아 보지만 손가락 사이를
미끄러지듯 빠저 나간다
자다 깬 고등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면
꾸러기들 손이 그냥 보내지 못한다
빈 깡통이 제법 묶은 해저 갈 무렵
어디서 왔는지 물방개 한 마리가 튀여 나와
동료 들에게 위험 신호를 보낸다
개구리까지 튀여 나와 힘을 합한다
그때 우리를 놀라게 한 물뱀 한 마리
이끼 낀 바위에 미끄러지고 자빠지고
조용했던 개울가가 난장판이 됐다
버려진 깡통 속 우리의 보물들이 어디로 갔는지
빈 깡통만 나 뒹굴고 우린 물에 빠진 생쥐가 돼
도둑고양이처럼 싸리문을 열고 숨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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