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짦은글)시.시조.동시

어린 날의 일기

초당/김용자 2023. 10. 14. 09:54

 

어린 날의 일기

 

초당/김용자

 

마을 앞 작은 냇가 별이 쏟아지고

은하수 오작교가 선명했던 밤 

 횃불을 들고 가재를 잡는다

 

누가 약속한 것도 아닌데 목소리를 낮추고

가재가 놀랠까  무언의 눈빛으로 속삭이며

작은 바위돌을 들추면 쏜살 같이 달아 나는 놈

우리의 작은 손이 가재를 앞선다

 

중고기도 잡아 보지만 손가락 사이를

미끄러지듯 빠저 나간다

자다 깬 고등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면

꾸러기들 손이 그냥 보내지 못한다

 

빈 깡통이  제법 묶은 해저 갈 무렵

어디서 왔는지 물방개 한 마리가 튀여 나와

동료 들에게 위험 신호를 보낸다

개구리까지 튀여 나와 힘을 합한다

 

그때 우리를 놀라게 한 물뱀 한 마리

이끼 낀 바위에 미끄러지고 자빠지고

조용했던  개울가가 난장판이 됐다

 

버려진 깡통 속 우리의 보물들이 어디로 갔는지

빈 깡통만 나 뒹굴고 우린 물에 빠진 생쥐가 돼

도둑고양이처럼 싸리문을 열고 숨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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