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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미소

슬픈 미소 초당/김용자 “엄마, 오늘 공원 산책나오니 좋으세요?”“좋아, 좋아.”치매는 엄마의 기억을 모두 거두어 갔다. 효자손보다 익숙했던 아버지의 손길어릴 적 동네서 싸움질하다눈물 훔치던 우리를 보면 두 팔 걷어붙이고동네 악동들 꼼짝 못하게 하셨던자식밖에 모르던, 여장부 였던 울 엄마. 그런 엄마가 이제는우리 모두를 마음에서 놓고어디론가 자꾸 떠나려 하신다.그 긴 세월엄마는 오직 가족 속에만자신을 가두고 사셨기 때문일까 “누구세요?”엄마는 자식들을 보고 물으신다.그러다 문득기억 한 토막이 돌아오면아이처럼 깔깔 웃으며,“네가 누구였지?...” 갸우뚱 "가슴이 미어 진다. 신들은 모든 곳에 존재 할 수 없어어머니를 만들었다는데그렇다면 신들이어머니를 빌려 쓰기만 하고버리신 걸까... 아직 엄마의 얼굴에는..

여름날의 추억

여름날의 추억초당/ 김용자여름 바다에 서면추억이 달려 온다하얀 백사장에 네가 있고파도 소리에도 네 숨결이 실려 온다어디에 눈을 두어도 그곳엔 네가 있다바다를 끼고 달리던 차 안에도 푸르름이 익어 가던 그 계곡에도정상에서 "야호!"를 외치며땀을 씻어 내던 그곳에도어김없이 네가 있었다네가 떠나고 없는 이곳에서추억의 이삭을 주우려 애쓰지 않아도추억이 달려와내 주머니를 채운다

어느 시인의 죽음

Michel Pépé - La Biche d'Amour">Michel Pépé - La Biche d'Amour 어느 시인의 죽음 초당/ 김용자 낮이면 산천 초목과바람, 구름, 햇살이원고지 위에 내려앉고 밤이면 달과 별들이문학을 주제로 삼아토론을 벌이다 갔나요 삼라만상 고요한 날술잔에 어린 달빛에서깨달음을 캐내셨나요 홀로 외로움 벗 삼아세상 여행 마치시던 날누가 길동무 돼 주셨나요 맑고 고운 시혼 여기에 심고하늘에 별이 되 소서... (추모시)첫 시집을 낸 뒤 회수하고 싶을 만큼 부끄러웠을 때,먼저 전화를 주셨던 선생님. 짧은 글속에 철학이 있다며 “기대되는 시인”이라 말해 주신 선생님.그말씀 한마디가 지금까지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기일을 맞은 오늘,그 말씀이 더욱 그립습..

옥 수수

옥 수수 초당/김용자 우리집 텃밭 옥수수비가 오면 도랑 내주고가뭄들면 아픈 다리 끌며달 보며 물을 주었다 주인의 정성을 먹고 자랐는지하늘 높은줄 모르고 키를 키우더니어느날 벌떼 들이 옥수숫대에 낙하저마다 쌍둥이를 품었노라 한다 아기의 머리는 뱃속에서 부터붉은 물감 곱게 물들여 부드러운숱 을 흩날리며 어미의 품을가득 채웠다 몇겹 포대기로 감싸 앉은 자식헤여질날이 머지 안았음을 아는지자꾸만 더 꼭꼭 감싸앉는다 [연주음악] 홍하의 골짜기 외 4곡

자유

자유 초당/ 김용자 정화수 한 그릇장독대에 올리고우주 안의 모든 신을 다 불러손바닥이 닳아지도록당신들이 살아 돌아 오기만을 기도 했건만 당신들은 한 줌의 흙으로여기에 누워 있군요피지 못한 꽃으로 스러진당신의 묘비 앞에절규하는 어미들의통곡 소리가 들리시나요 포성이 터지는암흑 같은 전장의 한가운데서 얼마나 심장이 찢기도록어미를 부르다숨을 놓았을 까요그렇게 피 흘리며당신들이 지켜낸 대한민국의 자유 지금 한강 물은평화롭게 다시 흐르고세계 속에 우뚝 선 이나라는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바꾸었습니다 당신들의 희생은후손들의 가슴에 애국의불씨를 지피는 도화선이 되었고대한민국을 지켜낼정신적 성역이 될 것 입니다 당신들이 지켜낸조국의 자유부디 전쟁 없는그곳 에서하늘의 빛나는별이 되어 대한민국의자유를 끝내 ..

🌹 장미 공원 🌹

🌹 장미 공원 🌹 초당/ 김용자 푸른 하늘 아래녹음이 우거진 야트막한 동산,장미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다.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 속한 걸음 들어서면살랑살랑 흩날리는 바람이내 코끝에마약 같은 흥분제를 스며들게 한다.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려태연한 척해 보지만,눈부신 백만 송이 장미의각기 다른 속삭임에어찌 흔들리지 않을 소냐. 와~!감탄사를 연발하는 방문객들.그 찰나의 아름다움을오래 간직하고 싶어여기저기 카메라 셔터가 터진다. 오늘이 마지막인 듯절정을 이룬 열정의 장미,나도 오늘은 너의 유혹에 빠져영혼까지 담가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