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짦은글)시.시조.동시

슬픈 미소

초당/김용자 2025. 6. 26. 21:48

 

 

 

슬픈 미소

 

초당/김용자

 

“엄마, 오늘 공원 산책

나오니 좋으세요?”

“좋아, 좋아.”

치매는 엄마의 기억을

 모두 거두어 갔다.

 

효자손보다 익숙했던 아버지의 손길

어릴 적 동네서 싸움질하다

눈물 훔치던 우리를 보면

 

두 팔 걷어붙이고

동네 악동들 꼼짝 못하게 하셨던

자식밖에 모르던, 여장부 였던 울 엄마.

 

그런 엄마가 이제는

우리 모두를 마음에서 놓고

어디론가 자꾸 떠나려 하신다.

그 긴 세월

엄마는 오직 가족 속에만

자신을 가두고 사셨기 때문일까

 

“누구세요?”

엄마는 자식들을 보고 물으신다.

그러다 문득

기억 한 토막이 돌아오면

아이처럼 깔깔 웃으며,

“네가 누구였지?...” 갸우뚱 "

가슴이 미어 진다.

 

신들은 모든 곳에 존재 할 수 없어

어머니를 만들었다는데

그렇다면 신들이

어머니를 빌려 쓰기만  하고

버리신 걸까...

 

아직 엄마의 얼굴에는 미소가

남아 있다. 그 미소가 슬픔을

품고 있을지라도

 

으등그러진 거친 손을 타고

엄마의 깊은 사랑이  내가슴에

강물 처럼 흐른다.

 

 

 

("요양병원을  다녀 와서 

지인의 어머니를 보고  마음이 아파 써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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