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미소
초당/김용자
“엄마, 오늘 공원 산책
나오니 좋으세요?”
“좋아, 좋아.”
치매는 엄마의 기억을
모두 거두어 갔다.
효자손보다 익숙했던 아버지의 손길
어릴 적 동네서 싸움질하다
눈물 훔치던 우리를 보면
두 팔 걷어붙이고
동네 악동들 꼼짝 못하게 하셨던
자식밖에 모르던, 여장부 였던 울 엄마.
그런 엄마가 이제는
우리 모두를 마음에서 놓고
어디론가 자꾸 떠나려 하신다.
그 긴 세월
엄마는 오직 가족 속에만
자신을 가두고 사셨기 때문일까
“누구세요?”
엄마는 자식들을 보고 물으신다.
그러다 문득
기억 한 토막이 돌아오면
아이처럼 깔깔 웃으며,
“네가 누구였지?...” 갸우뚱 "
가슴이 미어 진다.
신들은 모든 곳에 존재 할 수 없어
어머니를 만들었다는데
그렇다면 신들이
어머니를 빌려 쓰기만 하고
버리신 걸까...
아직 엄마의 얼굴에는 미소가
남아 있다. 그 미소가 슬픔을
품고 있을지라도
으등그러진 거친 손을 타고
엄마의 깊은 사랑이 내가슴에
강물 처럼 흐른다.
("요양병원을 다녀 와서
지인의 어머니를 보고 마음이 아파 써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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